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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 일본 돈 100엔을 사려면 1160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870원이면 가능합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4년 사이에 약 30%가량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엔화의 가치가 더 하락할지 아니면 이제 반등할 때가 됐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엔화의 환율은 더 추락할까요? 아니면 반등을 시작할까요?
일본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이유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 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7월 기준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54%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 경제가 수요 부족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2%를 밑돌고 있으며, 실업률도 2%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고령화와 무역 의존도 등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본의 인구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일본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2023년 11월 25일 기준으로 단기금리를 -0.10%, 장기금리를 0.25%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엔화 가치의 급락과 물가 상승 압력 등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엔화가치가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 질문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엔화가 계속 하락하면 일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에게는 좋겠지만,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엔화가 상승하면 좋을까요?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저렴한 엔화 이자를 노리고 일본에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면서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이 자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선택은?
일본은행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면 일본은행이 왜 지금까지 제로금리를 계속 유지해 왔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도 경기가 좋아지는 줄 알고 금리를 올렸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다 금리를 올려도 일본은행은 계속 신중한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고 추측합니다.
일본도 경기가 계속 나빴던 건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수출도 잘되고 물가도 좀 오르면서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때도 금리를 선뜻 못 올리고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요즘처럼 엔화 가치가 하락해서 달러 엔 환율이 120엔대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요즘 달러 엔 환율은 150엔까지 올랐으니 그때보다 더 심한 엔화 약세인 겁니다.
일본은행이 왜 금리 인상을 조저하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일본의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일본이 계속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경기가 좋을 때는 주저하다가 못 올리고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뜨거운 상태가 오면 그때부터는 다른 나라 경기가 식어가기 시작해서 역시 금리를 올리기 어렵게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일본 경제가 노쇠했기 때문이고, 자신감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일본은행은 내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까요....?